글로벌 의제 속 장애인의 인권
강수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홍보국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장애보고서 2011>을 보면 전 세계 인구의 15%인 약 10억 명이 장애를 가지고 살고 있다. 그리고 인구의 증가, 의학발달, 노령화 등으로 장애인 인구수는 계속 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의 인권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격하되고 이들은 정당한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다.
다행히, 국제 사회는 지적장애인권리선언(1971)과 장애인권리선언(1975)을 시작으로 세계장애인행동계획(1980), 장애인권리협약(2006), 제3차 아태지역 장애인 10년(2013-2022)을 통해 장애인인의 권익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데이터 수집 등 장애포괄적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모색과 이행이 국제 사회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속 장애’와 글로벌 쟁점의 하나인 ‘모두를 위한 도시’를 소개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장애인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SDGs
MDGs(새천년개발목표)가 끝나가는 시점, 국제 사회는 2030년까지 전 세계가 달성해야할 SDGs 17개 사항에 합의했다. MDGs의 후속사업인 SDGs는 MDGs가 추구하던 빈곤퇴치의 완료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이 목표는 경제·사회의 양극화, 각종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지구환경의 파괴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각국 공통의 요인들을 동시에 완화하기 위한 국가별 종합적 행동 및 글로벌 협력 의제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를 원칙으로 내세우는 SDGs는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각국의 책무를 강조하고 사회, 경제, 환경 및 거버넌스 등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또 구조적 문제와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는 체제변환적이고 포용적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논의 끝에 SDGs에 장애(인) 관련 세부지표들이 포함되었다. 아래 글상자에서 보는 목표 4(양질의 교육), 목표 8(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목표 10(불평등 감소), 목표 11(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목표 17(지구촌 협력)이 대표적이고, 이 밖에도 ‘취약계층’ 관련 목표에도 장애(인)가 언급된다.
목표 4.5: 2030년까지 교육에 대한 성비불균형을 해소하고 장애인, 소수민족, 취약계층 아동을 포함한 취약계층 인구에게 모든 수준에서 동등한 교육 및 직업훈련 접근을 보장한다. 목표 4.7a: 아동, 장애, 성별을 고려한 교육시설을 건축 및 개선하고, 모두에게 안전하고 비폭력적이며 포용적이고 효과적인 학습환경을 조성한다. 목표 8.5: 2030년까지 모든 여성, 남성, 장애인, 청년을 포함하여 생산적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달성한다. 목표 10.2: 2030년까지 연령, 성별, 장애, 인종, 민족, 출신, 종교, 경제, 기타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참여를 증진하고 확대한다. 목표 11.2: 2030년까지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접근가능하고 지속가능하고 적절한 가격의 교통시스템을 제공하고 도로 안전을 개선하며,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의 필요에 초점을 맞춰 대중교통을 확대한다. 목표 11.7: 2030년까지 모두에게 안전하고 포괄적이고 접근 가능한 친환경적인 공공장소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하고, 특히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목표 17.8: 2030년까지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에 초점을 맞춰 모든 개도국의 역량강화를 지원하여 양질의 시기적절한 세분화된(소득, 성별, 연령, 인종, 민족, 장애여부, 지리적 위치, 국가상황과 관련된 속성 등에 따라) 데이터 이용가능성을 크게 확대한다. |
MDGs는 장애를 크로스커팅 쟁점(cross-cutting issue)으로 간주한다. 장애가 환경, 젠더, 거버넌스 같이 빈곤층의 삶의 질과 직결되고 국제 원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쟁점이라는 말이다. 반면, SDGs는 장애와 관련하여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 원칙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장애포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장애 관련 언급이 적고, SDGs 이행 메커니즘과 모니터링을 위해서 시민단체의 참여와 민관협력 강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어서 장애인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쟁점 중 ‘모두를 위한 도시’를 소개하겠다.
모두를 위한 도시
UN 경제사회부는 2014년에 발간한 <세계 도시화 전망(World Urbanized Prospects)>를 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66%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40여 년 동안 전 세계 전문가들은 2016년 ‘제3차 정주 및 지속가능개발에 관한 글로벌 회의(HABITATIII)’에서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의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 NUA)를 채택했다. 이 의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변화의 약속, 효과적인 이행, 후속조치 및 점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SDGs 목표11(포괄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생활환경 조성)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올해 6월 14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접근성을 갖춘 도시 개발이 사회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준다며 통합적 접근 및 유니버설 디자인(UD) 전문성 제고를 촉구했다. 존 메이스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한다. “추가비용이 전혀 들지 않거나 최저 비용으로,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기능적이고 매력적인 건물, 시설,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
장애인 당사자가 계획 단계부터 모니터링 과정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면, 2016년 엑세스시티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투루즈(Toulouse)시처럼 스마트 시티이자 모두를 위해 편한 도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장애포괄적인 개발을 위한 우리의 역할
2017년은 SDGs 이행 1주년이자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 즉 ‘인천전략’을 중간 평가하는 해이다. SDGs는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만든 공통 목표이지만 여전히 개선되어야할 점이 많다. 또 ‘인천전략’이 종료되는 2022년까지 그 이행을 개선해야 한다.
‘인천전략’ 중간평가와 SDGs 이행 경과 모니터링 사후관리를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국제 및 지역 수준으로 실질적인 이행을 가능하게 하여야 한다. 각국의 민간・정부부문과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도록 이행 과정을 고안하면서 개선해 나가야할 것이다.
그러려면 민관협력이 필수적인데, 거버넌스 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도 민관협력의 중요성이 대두된 적이 있었다. 올 7월 유엔 본부에서 열린 고위급정치포럼(HLPF)에서 검토 대상국들은 자발적 국가보고서(VNR)를 제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들이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제시하였지만, 최종 채택문에 장애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대목은 ‘데이터 수집 항목’ 한 군데 뿐이었다.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견해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활발한 민관협력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장애포괄적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장애인 사회는 장애 의제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정부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다각적이고 면밀히 지적해 개선을 요구해야할 것이다. 또한 여러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만의 간담회가 아닌 시민단체도 함께 하는 간담회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거버넌스 구축 강화와 민관의 협력도 강화해야할 것이다.